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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후기

2014 1박2일 도서관 캠프 <밤의 도서관>

 

 

도서관 캠프 무사히 잘 마쳤어요!

파주싱싱뉴스 시민기자님이 방문하셔서 멋진 취재기사를 써주셨답니다.

사진도 많이 실렸어요 ^^

교하도서관 페이스북에서 실시간으로 사진 올렸었는데 보셨는지 모르겠네요?

www.facebook.com/gyohalibrary 

 (누구나 링크를 통해서 페이스북 가입 안하셔도 보실 수 있어요. 구독을 하시려면 좋아요~누르시면 됩니다.)

 

 

도서관에서 1박 2일!

‘밤의 도서관’을 만나다

 

지난 8월 10일 일요일 밤 교하도서관이 들썩였다. 저녁 8시면 문을 닫고 어둠 속에 잠겨야할 도서관이 이날은 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고 서가 사이로 뛰어다니는 아이들로 시끌벅적했다. 1박2일 도서관 캠프가 있는 날이었다. 도서관은 이를 ‘밤의 도서관’이라 이름 붙였다.



교하도서관 전경



“도서관이 왔다만 가는 곳이 아니라 관계형성의 장소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기획했습니다. 1박 2일, 이렇게 장시간 동안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이게 유일한 것인데요, 그래선지 인기가 많아요. 30명을 모집하는데 접수 개시하고 한 시간 만에 마감됐어요.”



허서은 사서



‘밤의 도서관’을 기획한 허서은 사서는 그러나 뭔가 좀 아쉬워 보이는 표정이다. 얼마 전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나 교하도서관을 떠났기 때문. 그녀는 오늘 이 행사를 보기 위해 일부러 왔다고 했다.

“준비하는 데 한 달 걸렸어요. 기획하고 올리고 결재 받고 물품 준비하고…. 공이 많이 드는 프로그램이지요. 예산도 많이 들지만 무엇보다 사서가 몸으로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힘이 들어요. 하지만 하고나면 아이들과 정도 들고 보람을 느껴요. 지난번에 4일 연속 실시된 여름독서교실이 있었는데, 그때 참여했던 아이들이 아까 절 보더니 선생님, 어디 가시냐고, 가지 마시라고, 정을 표현하는 거 있죠. 그럴 때 보람을 느껴요. 바로 이 프로그램이 그렇습니다. 오늘 밤 9명의 사서가 내일 아침 10시까지 31명의 아이들과 함께 할 겁니다.”

그녀의 자리는 신주호 사서가 이어받았다. 나흘 전, 법원도서관에서 이곳 교하도서관으로 왔다는 신 사서는 지금 프로그램을 진행하느라 바쁘다.



신주호 사서



“힘든 건 없어요. 아이들이랑 도서관에서 이런 경험을 하는 것 자체가 특별한 일이니까요. 저도 그렇고 아이들도요. 아이들 반응 또한 좋아요. 바람이 있다면 지금 모여 있는 31명의 친구들이 오늘밤 서로 힘을 합해 뭔가를 성취해내는 협동심, 팀워크를 익혔으면 좋겠어요.”

기대했던 답과는 조금 다른 얘기다.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캠프다 보니, ‘책과 친해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답변이 나올 거라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책’에 대한 언급 보다는 협동심, 팀워크란 말이 전면으로 등장했다. 그러고 보니 이 캠프는 ‘독서캠프’가 아니었다. 그런 말은 어디에도 없다.

“도서관과 친밀해지길 바라는 마음이 가장 커요. 하룻밤 지나면서 그동안 책만 빌려볼 때는 못 보았던 구석에 있는 책들, 의자, 낙서까지 다 접근해 보고 그러면서 사서들과도 친밀한 관계를 만들 수 있기를, 물론 그 이면에는 그러면서 책과 친해지길 바라는 마음이 있지만요.”



윤명희 관장



윤명희 관장의 말을 듣노라니 ‘밤의 도서관’ 캠프가 일반 독서캠프와는 차별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획의도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책과 함께 하는 즐거운 추억 만들기’라고 할 수 있어요. ‘아이들에게 도서관이 이리 즐거울 수도 있구나!’ 하는 느낌을 주고, 책과 보낸 하룻밤의 추억이 두고두고 이야기할 수 있는 ‘꺼리’가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프로그램 내용은 알차고 빼곡했다.




먼저 빨강, 노랑, 파랑 팀을 나누고 구호를 만들며 팀워크를 다진다. 그런 다음 ‘책을 찾아라’, 도서관 탐정놀이를 시작하고 책을 찾았으면 그것들을 바닥에 늘어놓고 커다란 종이 위에 책 제목으로 이야기를 엮어 간다. 간식으로 주먹밥을 만들어 먹고, ‘의자를 지켜라’ 게임도 하고, 이어 책제목 맞히기, 서가 속 보물찾기, 책 도미노놀이 그리고 영화를 보고 보드게임을 하고 꿈나라. 아침에 일어나면 산책을 하고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고 손도장을 찍어 소감을 남기고…. 빼곡한 프로그램, 그러나 자세히 보면 모두 팀 단위로 이뤄지고 또 게임형식으로 진행된다. 어디에도 억지로 독서와 연결하려는 느낌은 없다. 책을 갖고 노는 놀이라는 느낌이 든다.



도서관 내부 모습



‘000 책을 찾아라!’ 게임이 시작됐다. 먼저 단어가 쓰인 카드를 하나씩을 받는다. 게임이 시작되자 아이들은 그 단어가 들어가 있는 책을 찾아 서가로 뛰어간다. 환호성을 지르며, 어디 있지? 동동거리기도 하며, 엄마가 아직 그 책을 반납하지 않았다며 툴툴거리는 아이도 있다.



책을 찾아 흩어지는 아이들




그렇게 해서 책을 찾아오면 팀 별로 바닥에 늘어놓고 이야기를 꾸민다. 커다란 전지 위에 색색의 펜으로 스토리를 만들어간다.



찾아온책을 늘어놓는 장면



노랑팀 글쓰기 담당은 한솔이다. (정한솔. 해솔초 3년)

“애들이 내가 글씨를 잘 쓴다고 나보고 쓰라고 했어요. 그런데 계속 썼더니 팔이 아파요.”



한솔이와 노랑팀. 이야기 릴레이



그래도 한솔인 즐거운 표정이다. 친구들이 책제목을 이용해 스토리를 만들어 A4용지에 초안을 잡으면 한솔이가 전지에 큰 글씨로 써 나간다. 옆에 있는 또 다른 친구들은 수시로 알록달록 색을 바꿔 펜을 건넨다. 남자 친구 넷은 그 옆에서 머리를 맞대고 제목을 정하느라 바쁘다. 철저한 분업과 협업,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팀워크가 참으로 대단하다 싶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이야기 릴레이의 제목이 ‘변덕쟁이 할머니.’



‘변덕쟁이 할머니’를 소개하고 있는 노랑팀



노승찬, 노유찬 쌍둥이형제, 지난해에도 왔었다는 김민송 친구, 그리고 또 많은 친구가 이제 주먹밥도 만들어 먹고 책 도미노 게임도 하고 또 텐트 속에서 보드게임도 하며 하룻밤을 보낼 것이다.

아침의 도서관을 다시 찾았다. 마침 아이들은 손도장 남기기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번 캠프의 마지막 놀이다. 저마다 색표지에 손을 대고 그림을 그린 후 그 안에 하룻밤 캠프에 대한 소감을 써 넣는다.



손도장 만들기



“밤에 잠을 안자는 거예요. 새벽 두 시까지 놀고 그리고는 다섯 시에 일어나는 것 있죠? 먹는 것도 얼마나 잘 먹는지 어젯밤 간식으로 주먹밥을 만들어 먹었는데도 배가 고프다고 그러고…. 아이들이 정말 즐거워했어요.”

사서의 말을 뒤로 하고 아이들에게로 다가갔다.

“캠프, 어땠나요?”

“재미있었어요!”

“뭐가 재미있었지요?”

그러자 너도나도 와글와글, 어떤 아인 책 도미노가 재미있었다 하고, 또 다른 아인 의자를 지켜라 게임이 재미있었다 한다. 도서관에서 이리 많이 뛰어 다닌 건 처음이라며 다들 얼굴 가득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손도장에 적힌 캠프소감들



아이들이 붙여 놓은 손바닥 안을 들여다보았다. 밤에 뛰어 다니는 게 재미있었고 맛있는 간식도 만들어 먹어 좋았다는 아이다운 이야기에서부터 모르는 친구가 많아 두려웠는데 알고 보니 다들 재밌고 좋은 친구들이었다는 얘기, 그렇지만 4학년이어서 내년에는 참가할 수 없어 아쉽다는 내용까지… 아이들은 즐거워하고 재밌어하고 또 아쉬워했다.



관장님의 인사말씀



“뛰어 다녀도 선생님이 뭐라 안하는 게 바로 ‘밤의 도서관’의 매력이에요. 친구들이랑 같이 해서 좋고, 일찍 안 자도 돼서 좋고, 공부 안 해서 좋고, 영화도 보니까 더 좋죠. 이렇게 밤의 도서관은 평소 여러분이 도서관에서 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만나는 것이에요. 하지만 하룻밤동안 여러분들과 놀아주느라고 여기 있는 책들이 피곤하대요. 앞으로 소중히 다루어 줄 거죠? 자, 옆 사람 한 번 껴안아 주세요.”



옆 친구 끌어안기



관장님의 말이 있자 일제히 아이들이 옆 친구를 끌어안았다. 불과 하룻밤 전에는 악수조차 서먹해하던 아이들인데 밤사이에 많이 친해졌다. 독서를 해라, 도서관에 와라 하는 요구가 아니라 아이들 눈높이로 내려가 함께 놀고 어울리며 가까워진 도서관. 그 중심에는 밤새 함께 했던 아홉 명의 사서, 그들의 애정 어린 보살핌이 있었다.



단체사진



아이들은 이제 기념사진을 찍고 도서관을 나선다. 지난밤에 만나 아침까지. 그 사이 친구도 사귀고, 사서 선생님과도 친해졌다. 무엇보다 도서관이 만만해졌다.



귀가, 그리고 악수


취재후기

교하도서관은 2008년 개관한 이래 2009년부터 지금까지, 초등학교 3-4학년을 대상으로 여름방학 중 1박 2일 도서관캠프를 진행해오고 있다. 그동안 교하도서관은 이화여대에 위탁해 운영했는데, 지난해 5년 위탁기간이 끝남에 따라 올해부터 파주시에서 직접 운영하고 있다. 1박 2일, ‘밤의 도서관’ 캠프를 지켜보며 진정 사서가 도서관의 꽃임을 확인했다. 사서들의 애정이 살아 있는 한 도서관문화는 활짝 꽃 필거라 확신하며 밤새 고생했을 신주호, 백송희, 윤지혜, 전은지, 류정은, 이연지, 최성숙, 서혜훈, 이정은 등 9명의 사서의 노고에 감사를 전한다.


■ 교하도서관

주소 : 파주시 숲속노을로 256
전화번호 : 031-940-5150
홈페이지 : http://www.pajulib.or.kr/ghlib/
블로그 : http://gyohalib.tistory.com/

취재 : 전경애 싱싱뉴스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