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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후기

[북데이트X소동출판사] 머무르기 보다는 떠나기 (1)

교하도서관 북데이트


"머무르기 보다는 떠나기"

 

초대: 소동 김남기 대표

일시: 2017628() 19:30~21:00

 

 

 

 

사서 안녕하세요. 북데이트 진행을 맡은 교하도서관 전은지 사서입니다. 오늘 벌써 네 번째 시간이에요. 저희가 올해 매달 문화가 있는 날에 북데이트를 진행해서, 모두 10번 하는 걸로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첫 시간에 너무 긴장하고 떨렸는데, 벌써 반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는 사실에 감회가 새롭습니다.

북데이트는 작은 서점과 작은 출판사를 독자 여러분께 알리고, 책을 만들고 소개하고 읽는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아서 함께 책 생태계를 생각해보려고 준비한 자리인데요. 오늘은 '소동' 출판사를 모셨습니다. 김남기 대표님을 큰 박수로 맞이해주세요.

 

(박수)

 

소동  안녕하세요. 소동출판사 김남기입니다.

 

 

사서  출판사 소개 좀 부탁드릴게요.

 

 

소동  소동출판사는 예술, 인류학, 생태 분야의 책을 내고 있습니다. 2002년도에 출판등록을 했고, 인문 분야 출판을 시작한 건 2008년이고요. 교하도서관에서 차로 10분 정도 되는 거리에 있는 파주 신촌동에서 저희 집과 사무실을 같이 쓰고 있어요. 제가 편집을 맡고, 옆에 앉은 분이 디자인과 마케팅을 맡고 있습니다


사서  제가 김남기 대표님과 알고 지낸 지 벌써 여려 해가 돼서, 지금까지 진행했던 북데이트보다는 마음이 더 편하고 즐거운데요. (웃음) 저희가 처음 만난 게 2015년이죠. 그때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운영하는 '예술인 파견 지원 사업'을 계기로 교하도서관에서 예술가 여러 분이 오셨는데, 그중에서 연극하는 분이 계셨어요. 굉장히 경력이 화려하셨는데, 현역에서 은퇴하고서는 도서관에서 지역 주민들을 모아서 연극배우로 훈련을 시키겠다는 계획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그때 김남기 대표님이 배우로 지원하셨죠? 그걸 보고, '출판사 대표님이 연극을?' 하면서 놀란 기억이 있어요. 꽤 장기적인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진행하는 과정에서 여러 번 만나면서 대표님의 내공에 매번 놀랐고요. 또 작년에는 교하도서관 자서전 워크숍이라는 걸 기획해서 진행했는데 그때 대표님을 강사로 모시게 됐죠. 워크숍을 아주 잘 운영해주셔서 올해 2기를 모집해서 또 운영하고 있습니다. 도서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시는 소감이 어떠세요?


이웃집쌀통 교하도서관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이웃집쌀통 교하도서관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예술인파견사업으로 이종훈 감독과 진행한 연극 '이웃집 쌀통'. 소동 출판사 김남기 대표는 순이네 역할을 맡았다.


소동   저도 처음에는 단순히 도서관 이용자였어요. 파주로 이사 오기 전에는 서울 마포에서 11년 정도 살았어요. 그 당시 마포도서관에 가끔 갔는데 책 대출하고 더울 떄 에어컨을 쐬려고 간 것 외에는 도서관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어요. 근데 파주로 이사 오고 나서 처음 교하도서관에 왔을 때 기억이 생생해요. 1층 문헌정보실에 들어서자마자 앞에 책장이 딱 나타났는데, 그 자체로 인상적인 데다 주제별로 큐레이션 해놓은 게 굉장히 참신했어요. 그다음에 또 인상 깊었던 게, 제가 교하도서관에 다닌 지 얼마 안 됐을 땐데, 명사 초청 강연이 있었어요. 명사 여러 명을 초청해서 연달아 강연이 열렸는데, 기억나는 건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홍세화 선생님이랑 황석영 선생님 강연이에요. 맨 처음 홍세화 선생님 강연에 왔더니 3층 강연장 자리가 꽉 찼더라구요. 그다음 주에 황석영 선생님 강연 때는 자리가 없어서 사람들이 계단에까지 앉아 있더라구요. 질문도 엄청 열심히들 하시고요. '지역에 사람이 이렇게 많이 모이다니, 이 도서관 도대체 뭔가.' 놀라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해서 더 자주 도서관을 드나들게 됐죠.

그러다가 연극배우를 모집한다는 공지를 봤어요. 제가 대학 1학년 때 학과 연극 경연 대회에 단역으로 출연했었는데, 잠깐이기는 했어도 연극을 할 때 짜릿했던 느낌이 계속 남아 있었어요. 근데 저희 언니가 아마추어 연극배우거든요. 언니가 하니까 나는 안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접었죠. 근데 도서관에서 동네 연극배우를 뽑는다는 공지를 보고 가슴이 너무 뛰는 거예요. 너무 오랜만에 가슴이 두근두근해서 집에 와서도 잠이 잘 안 왔어요. 그래서 자기소개도 굉장히 열심히 준비해서 신청을 했고, 21의 경쟁률을 뚫고 배우로 뽑혔습니다. (웃음) 그 연극이 계기가 돼서 도서관이랑 굉장히 친해졌어요.

작년에 교하도서관에서 자서전 워크숍을 기획하면서 저한테 강사를 맡아달라고 하는데, 처음에는 '왜 나한테 이런 걸 맡기나?' 싶어서 손사래를 쳤어요. 그랬는데 집에 가서 다시 생각해보니까 또 이상하게 두근두근하더라구요. 결국 맡기로 했는데, 막상 시작하고 보니 참가자 분들이 너무 열정적이어서 저도 굉장히 재미있게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강사로 나선 자서전워크숍


 

 

사서  . '교하도서관 자서전 워크숍' 검색하면 작년에 <한겨레> 신문에서 취재를 와서 기사 난 게 있습니다. 한번 찾아서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올해 2기 자서전 수업은 50세 이상이라면 누구나 참가하실 수 있고요, 내일 두 번째 시간이니까 관심 있는 분들은 신청해서 참가하시면 됩니다.

김남기 대표님이 연극배우 모집 공고를 보고 두근두근했다고 하셨는데, 혹시 그 이야기 듣고 나도 두근두근한다, 하는 분 계시면 7월 도서관 소식지 <더 채움>을 챙겨서 봐주세요. 올해 저희 도서관을 대관해서 진행하는 연극 프로그램이 조만간 열릴 예정이에요. 연극배우로 활약하고 싶으신 분들은 신청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남기 대표님은 독서 동아리도 하고 계신다고 들었어요.

 

 

소동  . '책벗'이라고, 한 달에 한 번씩 인문사회과학 책을 같이 읽고 토론하고 이야기하는 독서 동아리예요. 저는 작년 중반기부터 같이 하기 시작했고요. 바로 지난주 수요일에 소동에서 낸 <-비만과 집착의 문화인류학>이라는 책을 가지고 토론을 했습니다.



 

 

사서  <>이라는 책 소개 잠깐 부탁드립니다.

 

 

소동  'fat'''' 또는 '지방'으로 번역되잖아요. 근데 그것뿐만 아닐 커피 위에 올리는 휘핑크림이라든지 스팸, 올리브오일도 다 팻인데요. 이 책은 전 세계에 있는 지방, 때론 먹거리로 때로는 지방으로, 그런 팻들의 다양한 현상을 소개하는 책인데 재밌는 이야기가 굉장히 많아요. 예를 들면, 스웨덴 여성의 정계 진출율은 전 세계 1위로, 거의 50프로에 육박한다고 하는데, 스웨덴 여고생들의 가장 주된 관심사는 다이어트와 살이라는 거예요. 또 재밌는 게, 우리도 마찬가지인데, 보통 친구들끼리 "나 요즘 살쪘어."라고 이야기하잖아요. 근데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마른 사람이라는 거죠. 진짜 뚱뚱한 사람이 그렇게 말하지 않잖아요. 이런 이야기부터, 저지방 메뉴를 고르면서 그 위에 크림을 잔뜩 얹어서 먹는 사람들의 심리, 빼빼 마른 여성들이 성녀로 추앙받는 이유 같은 이야기들이 나와요. 비만 인권 운동 이야기도 있고요.

 

 

사서  여름을 앞두고 소동출판사와 북데이트를 준비하면서,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이 계절에 <>을 주제도서로 정해서 이야기 나눠볼까도 싶을 정도로 굉장히 재밌는 얘기가 많이 숨어 있는 책이더라구요.

 

 

소동  <>이 처음 나왔을 때 거의 모든 일간지에 톱기사로 실렸어요. 그래서 판매도 굉장히 기대를 했는데, 잘 안 팔렸어요. 사람들이 다이어트에는 관심이 있는데 살의 문화인류학에는 관심이 별로 없더라구요. 근데 독서 동아리 책벗 회장님이자 여러 책 읽는 모임에서 토론을 주도하시는 이정은 선생님이 이 책을 많이 언급하면서, 요즘 교하에서 이 책이 핫해졌어요. (웃음)


 

사서  얼마 전에는 서울국제도서전에도 참가하셨죠?

 

 

소동  . 혹시 이번 서울국제도서전에 가신 분들이 있는지 모르겠는데요.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저희가 3-4년 전에도 도서전에 참가했었어요. 근데 그때는 책이 몇 권 팔렸는지 정도만 확인하고, 별다르게 기억에 남는 부분이 없었어요. 그래서 그 뒤 몇 년간 참가조차 안 했죠. 근데 이번 도서전은 좀 여운이 남더라구요. 지금까지는 도서전이 어린이책하고 학습서 위주였는데 이번에는 인문 출판사들이 참가를 많이 했고, 이번 도서전에서는 특이하게 전시장 한가운데 자리를 전국의 동네 서점들에 내준 거예요. 그 덕분에 도서전 분위기도 활기찼고, 사람도 굉장히 많이 왔고요. 토요일에는 서울국제도서전 생긴 이래로 최다 인원이 모였다고 해요. 저희도 이번 도서전에서는 예전보다 책도 많이 팔았지만, 그보다도 다음에 또 참가한다면 독자들하고 좀 더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내년 도서전은 더 재밌을 것 같아요.

 

 

사서  닷새 동안이나 했잖아요. 지금까지는 대개 사흘 정도 했는데, 이번에는 행사 기간도 길었죠. 도서전 기간 내내 파주에서 코엑스까지 출퇴근하시느라 고생하셨겠어요. 그것 말고도 6월에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소동   6월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웃음)


사서  살인적인 스케줄의 중심에는 '소동 아트투어'가 있었죠? 소동 아트투어 다녀오신 이야기도 잠깐 들려주세요.

 

 

소동     그 전에 임종업 작가님 이야기를 잠깐 할까요.

 

 

사서  그럴까요. 소동 아트투어 설명드리기 전에 같이 가셨던 작가님 소개를 살짝 해드려도 좋을 것 같아요. <작품의 고향>이랑 <미술 마을 인문 여행>을 쓴 임종업 작가님이신데요. 4월부터 5주 동안 교하도서관에서 <작품의 고향>으로 문화예술아카데미 강연을 하셨어요. 한겨레 신문사 창간 때부터 30년 가까이 문화부 기자로 일하신 베테랑인데요. 굉장히 공부를 많이 하시는 기자님이죠. 수집하신 자료 양도 방대하고요. 취재차 예술가를 만나거나 전시를 보러 다니면서 기본을 쌓아서 내공이 대단하신 분인데요. 강연하시는 5주 동안 옛날 기사부터 작가 만나서 인터뷰하신 것 등등 여러 가지 자료를 풍부하게 보여주시니까 매주 미술관에 다녀오는 기분이었어요.



 


 

 

소동     <작품의 고향> 쓴 임종업 작가는 한겨레 기자죠. 책 소개에도 나와 있는데, 한겨레 입사한 게 자기 인생에서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 저하고 인연이 된 것도 재미있는데요. 지금은 없어졌지만 예전에 한겨레 신문에 '100'라는 섹션이 있었어요. 지금은 ESC만 남아 있어요. '100'가 책과 지성 분야 지면이었는데, 거기에 임종업 기자님이 '한국의 책쟁이들'이라는 걸 연재했어요. 보통 신문에 나는 기사들이 딱딱하잖아요. 근데 그 연재글은 굉장히 인간적이고, 형식적이지 않아서 제가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어요. 임종업 기자님은 특히 인터뷰에 강점을 보이시더라구요. 그래서 책을 내면 너무 괜찮을 것 같아서 무작정 신문사로 연락을 하고 찾아갔죠. 그게 인연이 돼서 가끔 연락을 주고받다가 <미술마을 인문여행> 기획할 떄 집필을 부탁드리게 됐어요. 그 책을 집필하실 때 마침 한국사립미술관협회 웹진 <아트뮤지엄>에 미술가와 장소에 관한 글들을 연재하셨는데, 그 글도 내용이 너무 좋은 거예요. 그래서 그 원고도 저희 출판사에서 내자고 밀어붙여서 만든 책이 <작품의 고향>입니다.

 

 

사서  이번에는 임종업 작가님과 함께 실제로 미술가들을 만나러 가서 작품을 그리게 된 배경이나 영감을 준 장소를 함께 돌아보고 오셨잖아요. 이런 '소동 아트투어'를 기획하시고, 벌써 두 번이나 다녀오셨다면서요?

 

 

소동     <작품의 고향>의 부제가 '한국미술 작가가 사랑한 장소와 시대'예요. 고흐가 '아를'이라는 곳에서 명작을 많이 남겼듯이 우리나라에도 그런 작가와 장소가 있죠. 그런 작품의 고향을 찾아가서 만난 이야기가 그림하고 같이 이 책 <작품의 고향>에 실려 있는데요. 책이 나오고 나니까 많은 분들이 그 장소에 직접 가고 싶다, 답사를 가자, 요청들을 하셨어요. 그래서 얼떨결에 기획을 하게 됐어요. 마침 저자 임종업 선생님이 교하도서관에서 강연도 하시고 해서, 강연 들으신 분들이 아트투어에도 많이 신청해주셨죠. 첫 번째 투어는 '임진강과 송창'이라는 제목으로 임진강을 갔다 왔고, 두 번째로는 '황재형' 작가님과 태백을 갔다 왔어요.

송창 선생님은 분단을 주제로 작품을 그리시는 분인데요. 올해 2월부터 4월까지 성남아트센터에서 전시를 하셨거든요. 성남하고 임진강을 당일에 왔다 갔다 하기엔 너무 먼 거리여서, 임진강 답사 일주일 전에 미리 미술관을 갔었습니다. 임진강 답사 때는 기차가 갈 때 급수하는 급수탑, 유엔군 화장터, 남대리에 있는 다리 등을 갔어요. 남대리 다리는 송창 선생님이 그림 그리실 때는 공사 중이었다는데, 이번에 가보니 완성되었더라구요.

황재형 선생님은 '광부 화가'라고 불릴 만큼 30년 이상을 태백에서 광부하고 탄광 풍경을 그리셨어요. 63-4일에 걸쳐서 황재형 선생님 작업실하고 태백을 12일로 다녀왔는데요. 저희는 반야화숙이라고, 황재형 선생님 제자 분들이 폐교를 꾸며서 만든 미술교육연구소에서 묵었어요. 반야화숙은 미술교육으로 굉장히 유명하다고 해요. 황재형 선생님이 제1회 박수근미술상을 수상하신 작가이기 때문에 태백 답사 때 박수근갤러리에도 들렀습니다. 송창, 황재형, 이 작가님들이 유명하고 까다로운 분들인데도 직접 찾아뵙고 같이 답사를 할 수 있었던 게, 책 쓴 임종업 선생님 덕이 커요. 기자 같지 않고 수더분하고. 사실 기자들이 아는 척을 많이 하거든요. 그런 게 없다 보니까 듬직하다고 해야 하나, 그런 면모 덕분에 미술가 선생님들도 많이 만나뵐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소동아트투어 (위)송창 작가편 (아래)강요배 작가편 ⓒ소동출판사


 

 

사서  소동출판사에서는 '소동 아트투어'라는 네이버 밴드를 운영하고 계세요. 혹시 관심있는 분들은 출판사에 초대를 요청하시면 초대해주실 겁니다. 다음에 아트투어 또 계획하신 거 있으세요?

 

 

소동     . 722일 토요일에 판화가 김준권 선생님을 만나러 갑니다. <작품의 고향> '지리산과 오윤' 편에 김준권 선생님의 작품이 굉장히 크게 실려 있어요. '지리산과 오윤' 편은 사실 오윤을 다뤘다기보다는 지리산을 사랑한 화가들을 다뤘거든요. 그중에서 김준권 선생님의 작품이 좋아서 저하고 편집자하고 디저이너가 전부 크게 싣자고 의견을 모았죠. 7월 답사 때 김준권 선생님 작업실을 탐방하고, 가능하다면 판화 시연도 하려고 해요. 선생님 작업실은 충북 진천에 있어요. 흔히 '생거진천'이라고 하잖아요. 진천은 살기 좋고 풍수적으로 좋은 곳이라고 해요. 진천에는 강세황과 정철 묘도 있고, 농다리가 또 유명하죠. 그래서 이번 답사는 '진천과 김준권'을 주제로 앞서 말씀드린 장소들을 둘러보고, 진천 옆 음성동요마을까지도 둘러볼 생각입니다.

 

 

사서   소동 아트투어에 많이들 참여하고 싶으실 것 같은데요. 오늘 주제도서도 굉장히 특별한 여행 이야기거든요. <세상의 용도> 책 소개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 2부로 이어집니다.

* 녹취원고 작성은 땅콩문고에서 도움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