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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후기

[북데이트X소동출판사] 머무르기 보다는 떠나기 (3)

[북데이트X소동출판사] 머무르기 보다는 떠나기 (3)



사서  대표님을 오랫동안 가까이서 지켜본 바로는, 정반대의 면모가 있으신 것 같아요. 네팔 다녀오신 이야기 들을 때는 굉장히 즉흥적이신 것 같은데요, 도서관에서 자서전 워크숍 진행하실 때도 그렇고 책 만드실 때도 그렇고 아주 꼼꼼하게 챙기시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세상의 용도>에 부록으로 넣은 지도만 봐도 굉장히 꼼꼼하고 정밀하게 만드셨다는 걸 알 수 있죠. 이 책 말고도 소동출판사에서 낸 여러 책에 지도가 나와요. 특별히 지도를 좋아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소동 어릴 때부터 지도를 좋아했어요. 아마 비슷한 경험한 분들도 계실 텐데, 어릴 때 사회과부도 가지고 노는 걸 좋아했어요. 저희 집에 형제가 많은데, 어릴 때 사회과부도 펴놓고 나라별 수도 찾기 같은 거 하면서 많이 놀았거든요. 그러면서 아마도 여기에서 저기를 쉽게 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내가 속한 이곳 너머 저쪽을 꿈꾸게도 되고 된 게 아닌가 싶어요.

따지고 보면 제가 여행을 많이 다닌 편은 아닌데, 지금껏 살아오면서 시간적으로 여행을 많이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제가 아주 어릴 때는 시인이 되고 싶었는데 고등학교 때는 이과를 선택했어요. 과학자가 되고 싶었거든요. 그러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영상 일을 해보고 싶어서 고향인 부산을 떠나서 서울에 올라왔고요.

 

 

사서  대표님도 말하자면 르네상스인이셨군요. (웃음)

 

 

소동  지금은 르네상스인이라고 좋게 이야기해주지만 당시 저 스스로는 한 가지 일에 정착하지 못한다는 게 굉장히 큰 고민이었어요. 사회에 나와서 교사도 잠깐 했었고 그러다가 다큐멘터리 만든다고 서울로 온 건데요. 사실 '소동'이라는 이름도, 후배들하고 만든 '다큐멘터리 집단 소동'에서 출발한 거예요. 그렇게 이런저런 일을 하면서 30대가 되고 보니, 왜 나는 한 군데 정착을 하지 못하는가, 고민이 됐죠. 남들은 다 컸는데, 나는 30대에 왜 이럴까,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근데 아무리 고민을 해봐도 답을 잘 못 찾겠더라구요. 그러다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하는 강좌를 듣게 됐어요. '박물관 대학'이라고, 1년 과정을 마치면 대학원 과정처럼 한 과목을 전공할 수 있게 했는데. 저는 인류학을 택했어요. 인류학이 뭔지도 잘 모르고, 그냥 그 말 자체가 멋있어 보여서 선택했죠. 그때 담임선생님처럼 저희 강좌 맡았던 분이 서울대 인류학과 정경수 교수님이었는데, 첫 시간에 '인류학의 대명제가 뭔줄 아느냐. 모든 사람은 다 다르다. 그리고 모든 사람은 다 같다.'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굉장히 짧은 문장인데 너무 명쾌하게 확 다가오는 거예요. 그 말씀을 듣고 나니, 인류학을 통해 나에 대한 문제도 조금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고, 내가 타인을 보는 시선과 타인들이 나를 보는 시선도 인류학의 문제 속에서 많이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을 하게 됐어요. 소동출판사의 기조는 예술하고 인류학인데. 그렇게 된 데에는 정경수 교수님 영향이 컸습니다.

 

 

사서  소동에서 나온 책 중에 마이너한 주제의 책들이 상당히 있는데요. 그중에 샤먼 시리즈 두 권이 좀 독특해 보였어요. 그 책 두 권도 소개해주시겠어요?

 

   

2018년 첫 책으로 샤먼시리즈 박용숙 저자의 <천부경81자 바라밀>이 출간됐다


소동  <샤먼 제국><샤먼 문명>이라는 책인데요. 두 책을 쓴 분은 박용숙 선생님이라고, 오랫동안 미술사를 공부하신 분이고요. 동덕여대 미술과 교수로 계시다가 지금은 은퇴하셨고요. 이분의 관점은 뭐냐면 정치하고 제사, 종교가 분리되기 전, 제정일치의 시대에 그 세계를 다스리던 이념은 샤머니즘이었다는 거예요. 샤머니즘의 가장 기본 골조는 천문학이니까, 그 시대에는 결국 천문학으로 세계를 다스렸다는 거죠. <샤먼 제국>은 고대사와 관련된 거고, <샤먼 문명>은 문명사 관련 책인데, 혹시 미술 도상에 관심 있는 분들이 보시면 좋아요. <샤먼 제국>이 처음 나왔을 때, 인터넷상에서 논쟁이 있었어요. 이 책이 나왔을 때 한겨레 신문에서 책 소개 기사를 잘 실어줬는데, 그 기자한테까지 막 댓글을 달고 했을 정도였어요. 제가 이 책 내고 제주도에 갔다가 신문에 기사가 크게 실린 걸 알고 기자분한테 고맙다고 연락을 드렸더니, 그분이 "저는 난리났습니다." 그러더라구요. 사실 요즘 유사역사학, 사이비역사학에 대해서 말이 많잖아요. 이 책이 그런 부류의 책으로 오해를 받아서 논쟁이 뜨거웠어요. 근데 저자 박용숙 선생님의 주장은 뭐냐면, 고대사는 고대사의 시각으로 봐야 한다는 거예요. 강단사학, 그러니까 학계에 있는 분들은 너무 서양인문학만 강조를 하고, 샤머니즘을 우리 인문학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 않아요? 반대로 재야사학(유사역사학) 쪽은 인문학을 모른다고 말씀하세요. 그러니까 박용숙 선생님은 마이너의 마이너라고 할 수 있죠. 어쨌든 두 책에 대한 논쟁은 뜨겁고 내용은 의외로 재밌습니다.

 

 

사서  원래 독서의 계절이 가을이라고 이야기합니다만. 사실 혹서기, 혹한기가 집에서 책 보기 좋은 계절입니다. 방금 소개해드린 두 책은 읽다가 잠깐 쉴 때 베개로 쓰기에도 좋은 두께니까요. (웃음) 여름에 한번씩 도전해보고 싶으신 분들은 오늘 자리 끝나고 나가는 길에 <샤먼 제국>이랑 <샤먼 문명>을 사서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소동  해외박물관 가실 기회 있으시면, <샤먼 문명>을 미리 읽고 가시는 것도 추천해요. 제가 마침 <샤먼 문명>을 만들고 나서 도서전 출장이 있어서 런던에 갔는데요. 그 전에도 대영박물관에 한번 간 적이 있었는데, 이 책 만들고 나서 두 번째로 박물관에 가서 보니까 거기 놓여 있는 유물 하나하나가 정말 달리 보이더라구요.

 

 

사서  대영박물관까지는 너무 멀어서 못 가지만, 이번 여름휴가 때 국내 여행이라도 떠나고 싶으신 분이라면 소동출판사 신간 <제주도의 선물>이라는 책을 보시면 좋겠어요. 특히 사진 찍는 동아리 활동하시는 분들은 이 책을 눈여겨보실 것 같은데요. 마지막으로 이 책도 잠깐 소개해주시겠어요?


  

<제주도의 선물> 속 임양환 교수의 사진

 

소동  <제주도의 선물>이라는 책을 쓰고, 책에 실린 사진을 찍은 임양환 작가님은 상명대 사진과 교수로 계세요. 주로 ''을 주제로 작품 활동을 하시는데요. 그분이 작업해놓은 원고가 있다고 해서 작업실로 찾아뵙고 그 사진들을 보자마자 제목이 딱 떠올랐어요. '제주도의 선물'이라고요. 사실 제주도에는 선물 같은 풍경이 정말 많잖아요. 그걸 사진으로 옮겨놓은 걸 봤을 때 행복했다고 해야 할까요, 선물을 받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어쨌든 이 책은 임양환 작가님이 안식년 1년을 제주도에서 보내면서 관광지 말고 직접 제주에 살면서, 직접 찾아다니고 걸어 다니면서 발견한 풍경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작가가 사진가이기도 하니까, 본문에 실은 사진 밑에다가는 사진에 막 입문하신 분들에게 도움을 드릴 만한 촬영 팁, 잘 찍는 노하우를 담았어요. '카메라 하나 메고 제주도 가고 싶을 때 딱 맞는 책'이라는 콘셉트로 휴가철에 이 책을 한번 밀어볼까 계획하고 있습니다.

 

 

사서  정말 휴가철에 어울리는 책이네요.

오늘, 작은 문화가 세상을 바꾸는 꿈을 꾸는 소동출판사와 북데이트를 해서 즐거우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다음 달 북데이트는 출판사 '제철소'가 함께할 거고요. 오늘 '머무르기보다는 떠나기'1953-54년도의 여행을 맛보았다면, 다음 달 북데이트에서는 현재 아주 핫한 도시 베를린을 여행하는 이야기를 만나보겠습니다.

오늘 북데이트에 와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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