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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후기

[북데이트X창비(어린이)] 어른, 다시 동화를 읽다(2)


‘어른, 다시 동화를 읽다’ (동화이야기)

-사서: 말씀처럼 『몽실 언니』는 정말 감동적인 작품이에요.

 

-창비: 덧붙여서 한 가지 정보를 드리고 싶은데요, 저희가 ‘권정생 문학 그림책’이라고 해서 선생님의 단편동화들 가운데 그림책으로 꾸릴 만한 작품을 골라서 그림책 시리즈를 기획, 출간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똘배가 보고 온 달나라』 『빼떼기』 『사과나무밭 달님』 『해룡이』가 나왔고요. 동화집 『사과나무밭 달님』에 수록된 작품으로는 「달래 아가씨」 「들국화 고갯길」 등이 시리즈로 나올 예정이에요. 좋은 단편을 그림책으로 보는 즐거움, 감동을 꼭 느껴 보시길 바라요.

 

-사서: 그림책 하니까 이야기하고 싶은데, 저는 『수박 수영장』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수박을 수영장으로 만든다는 설정이 재미있기도 하지만 독창적이에요. 그런 부분이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거 같아요. 실제 아이들과 이 책으로 독서체험활동을 했었는데, 상당히 신나하더라고요. 또한 어른들은 어릴 적 향수를 느낄 수 있지요. 마지막 장면에 저녁이 되자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부르고 각자 집으로 가는 모습이 아련하더라고요. 요즘 아이들은 동네 아이들과 어울리기보다 학원에 있기 바쁘잖아요. 많은 생각이 들었던 책이어서 저는 좋았습니다. 혹시 천지현 선생님께서 아이들에게 ‘고모나 이모로서’ 추천해 줄 만한 책이 있나요?

 

-창비: 우아, 이 질문 정말 기다렸어요! 이번에 나온 창비아동문고 책인데, 『도깨비폰을 개통하시겠습니까?』라는 작품이에요. 잠깐 줄거리 소개를 하자면, 주인공이 우연히 도깨비들이 쓰는 스마트폰을 손에 넣게 되면서 도깨비 소굴과 인간 세상을 오가며 벌이는 이야기인데요. 우리나라 옛이야기에나 나오는 도깨비를 현대로 끌어들였다는 점도 좋았지만, 도깨비들이 이제 도깨비방망이 대신 도깨비스마트폰을 사용한다는 설정도 너무 재밌더라고요. 작품 속 도깨비들은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메신저로 대화를 하고, 애플리케이션으로 둔갑술을 쓰고, 증강현실을 활용해 게임을 즐겨요. 물건을 사거나 택배 서비스를 신청할 때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게 오늘날 우리의 모습과 꼭 같죠. 요즘은 필요에 의해 초등학생들도 스마트폰을 갖고 있는 경우가 꽤 많은데, 이 작품은 주인공이 지우가 이야기 속에서 고민하고 갈등하는 모습부터 올바른 스마트폰 사용 방법을 찾는 과정까지 차근차근 보여 줘요. 교훈적이거나 당위적인 결론을 내는 대신에 독자들이 스마트폰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스스로 고민하는 기회를 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문학적으로도 좋은 작품이라 중고학년 어린이들은 흠뻑 빠질 만한 책이에요.

 

좀 더 어린 친구들이라면 아까 말씀드렸던 ‘권정생 문학 그림책’ 시리즈를 권하고 싶고요, 더 어린 영유아 어린이들한테는 ‘토닥토닥 잠자리 그림책’ 시리즈를 자신있게 권합니다. 서현 작가가 그림을 그렸는데, 우선 토닥이라는 귀여운 캐릭터가 너무 사랑스럽고요, 부모와 아이가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잠자리에서 읽어주기에 딱 좋은 그림책이에요. 꼭 한번 보시길 권합니다.

  

-사서: 네~ 여기 오신 분들은 창비를 사랑하시는 분들이 많지요. 오신 분 중 좋았던 책을 간략하게 소개해 주실 분 있나요? 어릴 때와 어른이 되어서 읽었더니 느낀 점이 다르다거나요.

 

-사서: 요즘 도서정가제 시행도 있고, ‘가성비’라는 말도 유행인데요. 선생님께서도 소위말하는 '가성비‘가 책을 선택하는 기준에 포함이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창비: 가성비라... 우선은 문학을 가성비라는 잣대를 두고서 읽을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에요. 바꾸어 말하면 문학마저 가성비를 따져 읽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사실 저는 동의하기가 어려워요. 학교로, 학원으로 바쁜 아이들이 그 와중에 문학작품을 읽기를 바라는 것은, 가성비를 따져서라기보다는 문학이 그 아이의 삶을 좀 더 풍요롭게 할 것이라는 믿음, 좀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하는 데 든든한 밑거름이 될 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그건 ‘성능’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는 없겠고, ‘가치’라는 단어를 가지고 오는 것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보다 다른 차원에서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긴 합니다. 과연 우리는 적절한 비용을 들여서 문학 작품을 읽고, 지식정보 콘텐츠를 수용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싶어요. 요즘 들어 지적재산권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 수준이 많이 올라오긴 했지만, 지식을 얻고 정보를 얻는 데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아깝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 많은 것 같아요. 단순히 값이 비싸다/싸다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콘텐츠를 받아들임에 있어 나는 제대로 된 값을 치르고 얻고 있는지 한번쯤은 생각해 보면 좋겠어요.

 




-사서: 지금은 유튜브 시대라고들 하는데요. 아이들 역시 정보 검색이 필요할 때 네이버를 사용하다가 이젠 유튜브로 원하는 정보를 찾는다고 해요. 이런 상황에서 아동문학은 어떤 방향을 추구해야 할까요?

 

-창비: 책보다 영상을 많이 접해서 그런지 요즘 아이들은 이미지에 대단히 강해요. 이미지로 이해하고 이미지에 영향받는 경우가 참 많아요. 반면에 독해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죠. 이런 상황에서 이 작품이 정말 좋으니 반드시 읽으라고 할 수만은 없어요. 문학 작품을 읽기를 어려워하는, 심지어 꺼려하는 아이들을 어떻게 책 읽기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해요. 한 가지 예로 들면, 그런 고민 하에서 창비는 ‘첫읽기책’이라는 시리즈를 시도했어요. 엄마아빠가 읽어 주는 그림책에서 읽기책으로 넘어가는 단계에서, 아이들 스스로 혼자 읽어도 즐거울 수 있는 책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한 시도죠. 문학을 담아내는 그릇은 충분히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연해야 해요. 다만 문학 본연이 가지는 이야기의 힘, 감동을 담보하지 않는다면 그건 모래 위의 집과 같을 거예요. 이런 형식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감동으로 남는 것이 고전의 힘인 것 같아요. 디지털 시대니까 종이책이 없어질 거라는 말이 많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는 것을 지금의 현실이 보여주고 있지요.

 


   



어린이책의 주목할 만한 변화

- 사서: 네~ 이렇게 형식적 변화가 일어나는것처럼..

어린이책과 아동문학에서도 다양한 인식과 제작의 변화가 일어나고있어요. '그림책은 아이들것'이라는 편견이 깨지기도하죠.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 창비: 요즘은 그림책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어요. 어른들도 많이 봐요. 그림책은 어린이가, 특히 유아들이 보는 책이라는 생각이 달라지고 있는 거죠. 모두의 그림책인 셈이에요. 창비에서 출간한 책 가운데 안녕달 선생님의 『수박 수영장』 『할머니의 여름휴가』라는 그림책이 있는데요. 이 책들은 모두 어린이뿐만 아니라 2, 30대 성인들에게 특히 많은 사람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그들은 이 그림책에서 힐링 코드를 읽어내는 거죠. 천유주 작가의 『내 마음』도 성인 여성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어요. 잔잔한 애니메이션 같은 느낌을 주는 그림책인데, 감성을 자극하는 서정적인 글과 그림, 고요한 가운데 생겨나는 리듬을 독자들이 즐겁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또 다른 변화로는 장르의 결합 혹은 파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출간되기만 하면 어린이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나무 집’ 시리즈나 ‘윔피 키드’ ‘엉덩이 탐정’ 시리즈 등은 그림이 글에 종속된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 글과 그림이 서로 호응하며 이루어지는 책인데요. 전통적인 느낌의 동화책이라 할 수도 없고, 그림책은 더더욱 아니에요. 최근 우리나라 어린이책 시장에도 이 시리즈들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국내서로도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사서: 일반적으론 독자들이 출판사에 바라는 점에 대해 많이 들을 수 있는데요. 반대로 질문을 드려 보고 싶어요. 편집자의 입장에서 책을 만들 때 독자들이 어떤 마음으로 바라봐주었으면 좋겠는지요?

 

-창비: 독자가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기를 바란다기보다는 독자들의 삶에 조그마한 변화를 이끌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은 합니다. 편집자는 지식 생산자 혹은 지식 가공자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어떤 책이든, 어린이든 어른이든, 그 사람 인생에 잔물결을 일으킬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의미가 있을까 싶어요. 책이 한 사람의 삶의 방향에 일정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편집자로서 책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어야겠구나 다짐을 하게 돼요. 꽃봉오리가 겉보기엔 하나지만 그 안에는 여러 개잖아요. 독자들이 책을 읽는 행위를 꽃봉오리에 비유한다면, 꽃이 핀 모양은 그야말로 다양하죠. 그리고 그 낱낱의 꽃이 전체를 이루었을 때 아름답기를 바란다면 너무 과한 소망일까요?

 

-사서: 그렇다면.. 창비가, 창비 어린이책이 지금까지 이어지게 한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창비: 제 생각에 창비는 집단지성으로 움직이는 회사예요. 한 사람의 결단 혹은 독단으로 일이 결코 진행되지 않습니다. 물론 각자의 책임 하에 각 권의 책이 나오지만, 책의 출간을 결정하고 기획을 할 때에는 다 같이 회의하고 다 같이 고민해요. 이걸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합의, 공통의 생각이 중요합니다. 상대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논리가 기본이죠. 제목을 정할 때에도 편집회의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 회사예요. 이것이 창비의 매력이라 생각해요.

아울러 시대정신, 사회에 필요한 책을 내겠다는 일종의 대의를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가 지금까지 창비를 이끌어온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사서: 물론 창비 어린이를 이어온 역사속에도 선생님도 계시죠! 선생님께서는 창비 어린이출판부에 입사한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또 변화된 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창비: 제가 창비에 입사한 해가 2006년인데, 어느새 만으로 12년이 되었고, 햇수로는 13년째입니다. 이렇게까지 오래 있을 줄을 몰랐어요. 하하. 입사한 이후 가장 큰 변화라면 아무래도 규모인 것 같아요. 입사 당시에는 40~50명 정도의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의 출판사였는데, 이제는 교과서를 출판하고, 다양한 미디어 사업에도 진출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지요. 그리고 개인적 입장에서 본다면 입사했을 때는 부서의 막내였는데, 어느덧 부서 최고참이 된 것이라 할까요. 입사했을 때 선배가 말했거든요. 창비는 늪과 같아서 한번 들어오면 잘 안 나간다고요. 그런데 정말 그래요. 오래 다닐 수 있는 회사, 오래 다니고 싶은 회사가 제게는 창비였고, 후배 편집자들도 저와 같은 마음이면 참 좋겠습니다.

 


-사서: 창비의 사업 중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게 있는지요?

-: 창비 어린이책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이런저런 말씀을 드렸으니 앞으로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고, 최근에 ‘큰글자도서’를 몇 종 진행했는데, 뜻 깊은 사업인 것 같습니다. 이 사업은 어린이출판부에서 시작한 것은 아니고, 주로 성인 문학 쪽에서 진행했는데, 이번에 어린이책도 참여하게 되었어요. 큰글자도서는 어르신들과 저시력자 등 독서 취약 계층을 위해 특수 제작된 도서예요. 활자가 일반도서에 비해 두 배 이상 커서 눈의 피로감이 덜해 책 읽기를 훨씬 수월하게 해 주죠. 실버 세대가 환영할 만한 아이템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또 책에 스마트폰을 대면 오디오가 실행되는 ‘더책’ 서비스도 도서관 사용자들에게 유익한 프로그램인 것 같아요.

 



                                           


-사서: 마지막으로 3명 정도만 간단 질문 받을게요.

 ※ 참가자의 질문 내용: 출판사의 프로그램을 적극 홍보 요청 및 아이 개별 신청 가능 여부 등


-사서: 마지막으로 오늘 독자들과 함께 하셨는데 어떠셨는지요?

-창비+사서: 출판사가 외부와 소통해야할 역할을 많이해야함을 느낍니다. 교하도서관도 출판도시에 위치하여 출판특화 주제를 하고 있습니다. 출판사와 협력을 위해 '출판사, 도서관에 말걸다', '어린이 작가와의 만남'등을 진행하고 있구요. 출판사와 도서관이 협력 연계하는 방향을 고려해야할것 같습니다.

 

다음 4월 북데이트는 영혼을 두드리는 북소리 ‘양철북’의 조재은 대표님을 모시고 김미선 사서가 진행하게 됩니다. 4월 26일 10시 30분에 3층 브라우징룸. 이곳으로 또 와 주실 거죠? 지금까지 창비와 함께한 시간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