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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로부터

나눔방에서 더 큰 광장(廣場)으로...

 

 

교하도서관에서는 월별 통계를 분석해서 매달 이용현황 추이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지난 몇 년간 통계를 살펴보니, 대관이용자가 정말 많더라구요. 자발적으로 모임을 만들고 활동하는 분들이 참 많다는 생각에 반가웠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많은 분들이 도서관에서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만나고 계셨는데, 저나 우리 직원들은 그 내용에 대해서 아직 잘 모르고 있답니다. 이전부터 운영했던 주체가 아니었기에...우리가 잘 모르는 것인지 원래부터 그렇게 도서관과 직접적 관계 없이 장소만 자유롭게 이용했던 것인지 궁금해졌습니다. 저는 정말 궁금했거든요. 어떻게 모이게 된 것인지, 어떤 내용으로 만나고 있는지, 언제부터 모임을 했는지, 더 하고 싶은 것들은 없는지...모두 알고 싶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그 분들을 더 큰 광장으로 모시고 싶었습니다. 제가 너무 오지랖이 넓은 걸까요?

 

 

 <그림> 교하도서관의 2층에 대관공간인 나눔방 1, 나눔방 2, 문화강연실이 있다.

           대관신청이 늘자 3층 여유공간에도 가벽을 세워 나눔방3을 만들고, 지하 정보화교육실 옆 공간도 나눔방 4로 이용한다.

 

통계에 의하면 2013년 연간 대관 횟수가 470회 10,558명이 이용했고 지난 4월은 85회 800명이 이용했습니다. 이 중에서 도서관의 동아리로 등록되어, 도서관과의 관계 속에서 동아리의 발전방향을 고민하는 일들은 2-3개 동아리 정도뿐이었습니다. 대부분은 간단한 대관신청 절차에 따라 오로지 도서관의 공간만을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소그룹 유료과외의 공간으로 활용된다든지, 공적기관을 사칭해서 무료대관을 받는 사례까지 생기고 있습니다. 자유로운 만남과 교류의 공간으로 누구나 배우고 누구나 가르칠 수 있는 공간으로 개방했던 공간들이 이렇게 의외의 결과를 만들면서 인근의 유사기능을 하고 있는 교육문화회관이나 운정행복센터처럼 공간 이용료를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부분에 대해 여러분과 함께 고민을 나누고 싶습니다. 도서관은 분명 책과 자료와 공간을 매개로 만나서 이뤄지는 자발적 시민 활동을 지원하고자 합니다. 또한 그런 활동을 통해 앎과 삶의 무대가 사적 공간에서 공적 공간으로 전환되는 경험을 유도하고, 이런 작은 공동체들이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고 때로는 중첩되고 때로는 연계하면서 더 큰 것들을 상상하고 만들어내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며, 그렇게 되도록 촉진하거나 독려하기도 합니다.

 

특히나, 교하도서관은 설립단계에서부터 우리나라 대부분의 도서관과 달리 공부방(일명 일반열람실)이 없는 도서관으로 개관했습니다. 공부방 공간을 없앤다는 것은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입니다. 그것은 개인간의 치열한 경쟁을 넘어 도서관의 책과 자료를 통해 더 넓은 공공의 세계에서 주민들이 소통하고 지역사회와 만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였습니다. 그런데 현재 우리도서관이 관계의 부재 속에서 이루어지는 대관현황을 살펴보니, 이제는 공부방보다 조금 더 넓어진 나눔방에서 동일한 생각을 하는 그룹들이 더 넓은 관계로의 지향보다는 이미 익숙한 만남들로만 곁을 채우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사진> (왼쪽) 일반열람실의 예. 출처: 두산대백과 (가운데, 오른쪽) 교하도서관 문헌정보실. 자료실에 열람좌석이 있다.

 

그래서 저희 직원들과 함께 수차례 회의를 했습니다. 앞으로 우리 교하도서관에서는 나눔방에서 모이는 다양한 소모임들이 때로는 다른 모임들과 접점을 만들고 연계하면서 더 큰 광장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도서관에서는 좀 더 적극적으로 나눔방에서 만나는 분들과 관계 맺기를 시도할 것입니다. 물론 관계맺기 이전의 자유로움을 원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관계 맺기 이후의 더 큰 자유를 위해서 관계맺기를 시도할 것입니다. 그러나 결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지금까지의 장점을 충분히 살리면서 더 큰 연계의 관계망을 위해서...라는 걸 잊지 않으면서... 시민 여러분의 많은 협조를 바랍니다.

 

2014. 6. 14 토요일 오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