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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로부터

2014.08 특명: 주차장 민원을 해결하라

특명: 주차장 민원을 해결하라

 

교하도서관이 개관한 이후 지금까지 가장 큰 비중의 민원을 차지했던 것은 바로 주차장 관련 민원이었다. 도서관 서비스를 잘~이용하고 돌아가는 길, 불편함을 만나게 된 사연은 각양각색이었다. 이용자들은 주차장 출입을 관리하는 직원의 불친절한 태도에 아연실색하면서 사무실로 뛰어 올라오는 분이 있는가 하면, 전화로 직원에게 분풀이를 하기도 했고 도서관 홈페이지에 아주 장황한 글을 남기기도 했다.

 

 

주차장 관리원에 대한 민원

(이미지 1. 교하도서관 홈페이지에 올라온 주차 관련 민원 사례)

 

교하도서관은 BTL(Build in transfer lease)건립되어 민간투자자의 투자로 건립하고 향후 20년 동안 민간투자자가 시설물 관리 운영권을 가지며, 파주시는 20년간 건립비를 나누어 갚고, 운영비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당초 민간투자자와 파주시의 협약에 의해 20년간 파주시는 시민들에게 도서관 서비스를 제공하고 민간투자자는 20년간 시설물을 관리 운영하는 것이다. 시설물 관리 운영 부문에는 경비, 전기, 기계, 청소 등 시설관리일체와 식당, 자판기, 주차장 등의 부속시설의 관리운영까지 포함된다. 그 외 개관 당시 구입한 집기와 PC 등 사무용기기 일체에 대해서도 유지 관리해야 할 책무를 가진다. 이렇게 20년간 관리운영하는 민간투자사의 이름은 파주지식공유(주)이고 그 중에서 시설의 관리 운영부문을 맡고 있는 곳이 C&S 자산관리사이다. 그러므로 현재 교하도서관의 주차장 관리운영은 C&S 자산관리에서 맡고 있다. 그러나 C&S 자산관리사 역시 주차장이나 식당 등의 운영은 또 다른 전문업체에 외주를 주어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주차장은 당초 주차관리시설을 설치한 업체에서 맡고 있었는데, 주차수익으로 인건비 충당이 안 될 정도로 수익률이 떨어지다 보니, 연로한 할아버지를 채용하여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지난 1월 파주시가 직영한 이후 주차관리실태를 꼼꼼히 체크해 보니, 주차 관리를 하는 할아버지는 점심이 좀 안 된 시간에 출근하여 그 때부터 주차 출입을 통제하였다. 그 외 화장실이나 식사 등을 이유로 잠시 자리를 비울 때는 또 주차 차단기를 올려놓고 간다. 그러다보니 교하도서관을 이용하는 이용자들 중 할아버지 앉아 계실 때 걸린 사람만 주차비를 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경우도 할아버지 안 계실 때 들어왔다가 할아버지 계실 때 나가는 경우가 문제가 된다. 할아버지는 주차비를 받아 생활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어떻게 해서든 주차비를 받으려고 하고, 이용자는 관리도 제대로 안 하는 주차관리원의 매우 불친절한 말투를 감당하면서 때로는 부당하게 오해까지 받으며 주차비를 내야 하는 억울함을 호소하였기에 주자 출입구에서의 갈등은 끊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할아버지의 이용자를 대하는 태도를 개선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관리소장님과 직원 교육을 통해 민원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였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보다 더 근원적 문제해결이 필요하였다.

 

다시 시설관리를 담당하는 소장님과 C&S 자산관리측과의 기나긴 회의를 통해 현재 주차관리의 문제점을 점검하였다. 첫째, 운영시간이 불규칙하다. 도서관은 불특정 다수의 이용자들이 이용하는 공공기관인데, 주차관리 운영이 할아버지 출퇴근시간에 초점이 맞춰져있고, 할아버지가 안 계실 때는 방치되어 운영이 안 되는 상태에서 누구에게는 주차비를 받고 누구에게는 주차비를 받지 않는 불공평한 상황이 계속 되는 것이 문제였다. 둘째, 주차장 운영방식에 대한 문제이다. C&S 자산관리사와 계약을 맺은 주차업체는 직원들에게 받는 고정 수입은 사장이 갖고 나머지 일반 이용자들에게 얻는 수익만을 할아버지에게 맡기면서 할아버지께서 필사적으로 이용자와의 갈등 속에서도 주차비를 받아야 할 상황을 시스템화 해왔던 것이다. 제대로 된 주차장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인건비에 대한 별도의 대책이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문제상황을 인지한 채 몇 년을 지속해 왔던 것이다. 도서관측에서는 주차장을 정해진 시간에 누구나에게 공평하게 운영하지 않는다면 무료로 운영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리고 수익이 발생치 않는 지속적 적자로 인한 악순환을 끊기 위한 대책을 요구하였다. 그리고 며칠 후 기존 주차업체는 이런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C&S 자산관리측에 주차관리를 포기하게 되었고, C&S 자산관리측은 다시 도서관과 대안을 모색하게 되었다. 그 후 주차장을 무료로 운영하는 방법과 다른 방식의 주차관리를 도입하는 방안을 모색하였다.

 

교하도서관 1일 주차 차량을 조사해 보니, 하루 230여대의 차가 들어오고 있었다. 그런데 현재 주차면수는 72대이니까 무료로 주차할 할 경우 차량 순환율이 현재의 1/3로 감소하게 된다. 즉 차량이 순환되지 않고 머물러 장기주차 할 경우 정말로 필요한 이용자들이 주차장을 활용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주차장이 꽉 찰 경우 빈번히 발생하는 접촉사고 등 주차관리 전반을 C&S 자산관리측의 직원들이 감당할 범주를 넘어선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비용을 받지 않는 대신 이용자들이 매일 치러야 할 복잡함과 비효율을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에 다시 머리를 모아 대안을 찾은 것이 바로 무인시스템의 설치였다. 마침 C&S 자산관리사는 전국에 다양한 시설물들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무인주차시스템을 다루는 업체와도 인연이 깊었다. 이 업체는 주차관련 전문업체로서 초기 시설비를 자부담하고 운영하기로 결정이 되었다. 그래서 결국 8월 1일부터 교하도서관은 기존의 주차요금대로 운영하되, 누구나에게 공평할 수 있는 무인시스템으로 시스템을 변경하였다. 그리하여 개관 후 6년 동안 지속되어 온 주차관리 할아버지와의 지리한 갈등은 종지부를 찍었다.

 

 

(이미지 2. 교하도서관의 새 카드전용 무인주차관리시스템. 할인 대상자는 인터폰을 눌러야 한다.)

 

무인시스템으로 운영한지 보름이 자났지만, 아직 별다른 불만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현재까지는 해당 업체에서 카드가 없는 분들, 이용방법을 잘 모르는 이용자들을 모니터링하면서 체크하고 있다. 이런 과정 속에서 본의 아니게 지난번 주차관리 할아버지는 일자리를 잃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무척 딱한 사정이었지만, 공공기관에서 언제까지 부당한 시스템을 그대로 놔 둔 채 이용자의 불편을 방치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개편된 이 시스템 역시 언제든 문제가 있다면 또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다자간의 이해가 얽힌 채 오랫동안 지속된 시스템도 합리적 이용에 문제가 있다면, 바꿀 수 있다는 생각과 의지를 놓치 않는 것이라 생각한다.

 

8. 18일 교하도서관장 윤명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