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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명사의 서재] 활판공방 박한수 대표

명사의 서재 2
박한수 대표의 서재는 개인자료실이다

파주 명사의 서재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명사들은 참 많다. 그들의 책 이야기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렇다면 파주의 명사들은 무슨 책을 읽을까? 교하도서관은 지난 2월부터 매월 파주 명사를 선정하고, 그들의 서재를 전시하고 있다. 파주에서 나고 자란, 혹은 지금 이웃에 살고 있는, 교하도서관을 이용하는 파주 명사들의 책 이야기를 소개한다. 시민들은 명사의 서재를 엿봄으로써 자연스레 명사의 사상과 인생을 읽게 된다. 그들의 과거의 궤적과 현재 진행형의 뜨거운 삶을 담은 책을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다.

싱싱뉴스는 교하도서관과 공동기획으로 ‘명사의 서재’ 주인공을 지면을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 ‘명사의 서재’ 두 번째 주인공은 출판도시 활판공방과 시월출판의 박한수 대표(46)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한지로 인쇄를 하는 출판사 CEO다. 모두가 당연하게 누리는 편리와 속도의 경쟁에서 그는 단순하고 명료한 텍스트의 가치를 보존하려는 사람이다. 


서재는 개인자료실

“제 서재는 공방과 관련된 책이 많아요. 쉽게 구하기 힘든 외국자료와 국내자료, 판매용이 아닌 비매품, 전문가용 책으로 많이 채워져 있어요. 지금은 책이 너무 많아서 헤이리에 별도 창고를 마련했어요. 정확히 헤아리지는 않았지만 2만~3만 권 정도는 될 겁니다. 예전에는 책만 모았는데 2~3년 전부터 물건들도 모으고 있어요. 역시 구하기 힘든 것을 중심으로 모아 둡니다.”



그는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 학과 및 동 대학원에서 편집디자인학과 타이포그라피 과정을 공부했다. 그가 출판과 인연을 맺은 것은 정병규 1세대 북디자이너 덕분이다. 정 선생의 강의를 듣고 인생이 달라졌다고 할 수 있다.

“그때 강의 중에 이런 말씀이 있었어요. 물건은 항상 주고받는 게 같다고 하셨어요. 다시 말해서 하나를 주면 하나를 받는 식으로, 더하고 빼기가 언제나 똑같게 거래된다는 거예요. 그런데 책과 활자는 자본주의적 거래가 안 됩니다. 좋은 말 한 마디는 천이 되고 만이 되어 퍼져나가게 되지요. 그 좋은 말을 담을 수 있는 것이 책이고, 책은 인쇄를 통해서 널리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책과의 참다운 인연

“제가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했던 것은 아니에요. 대학에 입학하고, 입학선물로 화실 선생님이 책을 하나 선물해 주셨어요. 김용옥 선생님의 <절차탁마대기만성>이라는 책인데, 제목도 어렵고 도무지 읽기가 어려운 책이었어요. 그래서 스스로 정했어요. 하루 10페이지씩 읽기를 목표로요. 그렇게 억지로 읽어서 한 달 만에 다 읽었어요. 그러고 나니 선생님의 다른 책도 궁금한 거예요. 그래서 선생님 책만 찾아서 읽게 되었어요. 4년 동안 김용옥 선생님의 모든 책을 읽고, 당시 선생님이 고려대 교수였는데, 고려대까지 쫓아가 강의를 듣기도 했어요.”

박 대표는 김용옥 선생의 책을 통하여 동양철학을 알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고전과도 친숙하게 되었다. 책 읽기 전과 읽은 후의 달라진 삶의 자세를 보여준 시기였다.

그가 독서를 권하는 방법도 역시 한 사람을 택해서 읽어보라는 것이다. 동양 철학자든, 서양 철학자든 선택을 하여 읽는다면 충분한 가치가 있다. 한 인물 속에는 문학, 예술, 철학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익히게 되는 새로운 정보들이 모여서 ‘내 것’이 될 때 우리는 ‘지식’이라고 부른다.


 




 [명사의 추천]

1. 절차탁마대기만성(김용옥, 통나무) : 책 제목 여덟 자 중 앞의 절차탁마(切磋琢磨)는 ‘시경’에서, 뒤의 대기만성(大器晩成)은 ‘도덕경’에서 나온다. 잘 알려진 문구지만 해석에 따른 의미를 이해하기에는 쉽지 않았던 책이다. 그러나 고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각인시켜 주어서 각별하다.

2. 진리의 사람 다석 류영모(박영호, 두레) : ‘좋은 사상은 내 생명을 약동케 한다. 남의 말을 들어도 시원하다. 생각처럼 귀한 것은 없다. 거룩한 생각은 향기다.’ 등 삶의 철학을 알려준 책이다. 다석은 젊어서 기독교에 입신했지만 유교, 불교, 노장사상, 공맹사상 등 동서고금의 종교·철학을 하나로 꿰뚫은 진리를 깨달았던 참 사상가였다. 이 시대에 다석의 사상을 읽고 중도를 생각해보면 좋겠다.

3. 노자와 21세기(김용옥, 통나무) : 무위자연(無爲自然)의 노자를 문명이 최고로 발전된 21세기에 다시 생각해 보자는 도올 선생의 또 다른 책이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개념은 우리의 현재 가치관을 비판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4. 백범일지(김구 저, 도진순 역, 돌베개) : 백범 김구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오히려 이러한 책을 멀리하지 않았을까. 한 시대의 위대한 영웅의 인간적인 면과 유머러스한 면 등을 만날 수 있던 책이라 인상적이었다.

5. 오래된 미래(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저, 양희승 역, 중앙북스) : 인도 북부 작은 마을 라다크는 살기가 어려운 척박한 환경이다. 그런데 그들은 행복해 보인다. 지금 우리의 행복의 조건은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했다. 겸손해지는 책이다.



취재 : 한윤주 싱싱뉴스 시민기자 

(http://news.paju.go.kr/newshome/mtnmain.php?mtnkey=articleview&mkey=scatelist&mkey2=52&aid=11993)